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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한변, “명백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추궁을 요구한다”

기사승인 2026.06.08  19: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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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공정성과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아래는 성명서 전문
 
지난 6월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더라도 전국 1만 4,288개 투표소 중 67개소에 투표용지가 추가로 송부되었고, 그중 22개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일시 중단되었다고 한다.

서울 송파구에서만 15개소에서 투표용지가 동났으며, 일부 유권자는 대기 번호표를 손에 쥔 채 투표를 포기하거나 출구조사가 공표되고 개표방송이 송출되는 가운데 뒤늦게 투표하는 등 선거 자체가 이미 오염된 상황에 내몰렸다. 이는 단순한 행정착오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주권자로서의 선거권 내지는 참정권을 정면으로 침해한 중대한 헌법 위반 사태이다.
 
우리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에게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공직선거법은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 부정을 방지할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선거관리 일체의 책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부여하고 있다.

선거권은 국민주권의 가장 직접적인 실현수단이므로 그 행사가 단 한 표라도 부당하게 봉쇄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문제를 일으킨 각급 선관위는 가장 기본적인 선거관리 업무인 투표용지조차 확보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투표하려는 국민들을 투표소에서 돌려보내거나 이미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투표를 하게 한 것은, 선거관리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중대한 직무해태를 저지른 것이다.
 
더욱 묵과할 수 없는 것은 이번 사태는 예견 가능하고 충분히 회피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전체 유권자 수의 1.1배에 이르는 투표용지를 제작할 수 있는 예산을 교부받고도,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투표소의 인쇄량을 선거인 수의 50% 수준까지 마음대로 축소하였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제151조 제1항은 본투표용지를 선거일 전일까지 작성하여 일선 선거관리위원회에 송부·봉함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선거인이 행사할 투표용지를 전일까지 미리 빠짐없이 갖추어 봉함 보관함으로써 선거권 행사와 용지관리의 무결성을 보장하도록 하려는 취지이다. 그럼에도 선관위가 법률에 근거한 규칙도 아닌 내부지침만으로 인쇄물량을 임의 축소하고 그 부족분을 당일 통제 밖에서 추가로 인쇄하여 이송하도록 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선관위가 이번 선거에서 법이 규정한 본질적 취지를 하위지침으로 변형·잠탈하는 원천적인 위법을 감행한 것이라 하겠다.

선관위는 투표소별 투표자 수 편차와 긴급이송에 소요되는 시간을 사전에 합리적으로 고려하지 않았음은 물론, 실제로 송파구에서는 오전 11시 40분경 이미 용지부족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쇄도한 이후에도 투표마감 시각까지 제대로 된 대응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
 
이번 사태는 송파구 투표소 현장의 통제 불능으로까지 번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 7동 제2투표소에서는 용지 부족으로 투표 마감 시각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되었고, 선거관리 부실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투표함 반출을 가로막으며 약 35시간에 걸친 봉쇄와 대치가 이어져, 결국 경찰 기동대가 투입되어 물리적 충돌 끝에 투표함을 이송하였는데, 이는 주권자인 국민과 공권력이 선거과정에서 충돌한 3.15 부정선거 이후 초유의 사태이다.

투표소별 마감 시각이 제각각 연장되고, 투표함의 안전한 이송조차 시민들의 항의 와중에서 경찰력에 의지해야 하였던 이 광경은 선거관리의 통일성과 적법성, 선거결과의 신뢰성 및 선거의 공정성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되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선관위는 2022년 대선 사전투표 당시 코로나 19 확진자 투표용지를 바구니와 쇼핑백에 담아 관리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을 일으켰고, 2025년 대선 사전투표에서는 투표용지가 투표소 밖으로 반출되는 통제 부실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나아가 2024년 감사원 감사에서는 2013년 이후 291차례의 경력채용에서 1,200여 건에 이르는 규정위반과 고위간부 자녀 특혜채용 비리가 적발된 바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임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면서 외부감시를 거부하는 무책임한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고, 감시받지 않는 기관은 무능해진다는 명제를 선관위 스스로가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선관위의 선거관리 및 조직쇄신의 반복적인 실패는 선거관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자초하여 부정선거 음모론이 창궐하는 온상을 제공하였고, 작금에는 이 땅에서 민주적 선거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증폭시키기에 이르고 있다.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민주주의 제도와 헌법정신의 근간이다.

헌법전문의 4·19혁명 정신의 계승이 바로 이를 천명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이자 영원히 계승해야 할 역사적 경험이기도 하다. 이러한 헌법정신을 수호해야 할 헌법기관이 도리어 국민적 신뢰를 허무는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급 선관위가 과연 중요한 선거를 계속하여 관리할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문제는 단순한 내부 쇄신이 아니라, 선관위에 부여된 선거관리 권한과 조직 자체를 원점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야 한다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번 사태의 중대성과 국민에게 준 충격을 고려한다면 국회는 신속히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특검을 도입하는 등 이번 사태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정부와 국회는 동일한 사태의 재발을 막을 실효적 입법·제도 정비에 즉시 착수하여야 한다. 특히 현 정권은 이러한 중대한 헌법위반 사태가 이 정권하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이 정권이 근원적인 책임을 피해 가려 한다면 사태의 해결이 아니라 시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할 뿐이다. 각자가 지닌 이념의 척도를 떠나 선거제도의 공정성을 관철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제도를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한변은 국민의 선거권이 이번 사태와 같은 몰상식한 행정편의와 직무태만으로 다시는 짓밟히지 않도록 명백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추궁을 요구하고, 선거관리 개혁의 전 과정이 주권자인 국민의 편에서 완수될 수 있도록 법조단체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할 것임을 밝히는 바이다.
 
2026. 6. 7.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이 재 원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서원일 swil@bluekorea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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