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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류현진 미 메이저리그에 보내주는 것이 도리

기사승인 2012.10.05  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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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일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흥국생명 몽니로 커져버린 김연경 사태 반면교사

4일 대전에서 벌어진 한화와 넥센의 시즌 마지막 경기는 류현진(25.한화)이 왜 괴물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는 10이닝 동안 삼진을 12개나 잡아내며 1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153km의 광속구로 스트라이크 존 곳곳을 찌르며 넥센 타자들의 방망이를 압도하는가 하면 여기에 장기인 슬라이더는 물론, 110km짜리 커브로 타이밍을 뺏는 노련함까지 더해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괴물투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연장까지 돌입한 10회, 류현진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했다. 선두타자 강정호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포수의 야수 선택으로 무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이미 투구 수 120개를 넘긴 류현진이었지만 최고 152km의 묵직한 직구로 삼진 1개와 범타 2개로 고비를 넘겨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2사 2,3루의 위기상황에서 맞은 문우람을 상대로 초구부터 다섯 번째 공까지 내리 150km에 육박하는 직구로 윽박질러 2루 땅볼을 솎아낸 장면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낸 역투였고, 걸 맞는 찬사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멋진 매조지였다.

류현진은 이날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이날 12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그는 2006년 기록한 204개를 훌쩍 뛰어넘는 2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여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움으로써 탈삼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작 그가 바랐던 것은 승리투수였다. 시즌 성적은 9승9패, 전반기를 3승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마쳤지만 후반기에만 6승을 쓸어 담는 괴력을 선보였던 류현진이 원한 것은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개인통산 99승 달성이었다.

올 시즌 그는 27번의 등판 가운데 22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다른 선수 같으면 20승도 가능한 눈부신 성적이었지만 류현진은 그 절반인 10승에 목말라 작심하고 나선 느낌이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셨다. 개인성적도 성적이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어 어쩌면 한국에서의 마지막 투구가 될 수도 있는 등판인 류현진은 그 어느 때 보다 강렬한 의지를 공에 담은 듯 묵직한 투구를 선보임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전율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10회를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마무리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실투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7회 강정호에게 볼 카운트 0-1에서 몸 쪽으로 던지려던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내준 것 때문에 그렇게 애타게 갈망했던 승리가 단박에 날아가 버린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패배 책임은 사실 류현진의 몫이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선발투수가 10회 동안 1실점으로 막아주는 데도 단 1점 밖에 내지 못한 타자들의 책임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도 있지만 야구는 또 혼자 하는 스포츠는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투수 혼자 제 아무리 잘해도 야수와 타자의 힘이 더해지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하지만 단 한명의 선수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류현진의 투구는 승리 이상의 짜릿함을 선물했지만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라는 대기록도 물거품이 됐고, 개인통산 99승 달성도 실패했다. 결국 한화의 야수와 타자들은 또 다시 류현진을 돕지 못했다.

올 시즌 류현진이 22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단 9승에 그친 반면, 삼성의 장원삼은 그 절반 정도인 14번의 퀄리티스타트밖에 기록하지 못하고도 2배 가까운 17승이나 기록하여 다승왕이 되었다. 둘의 차이는 기량이 아니라 소속팀이었다. 류현진은 혼자의 힘으로 어렵게 승리를 챙겨야 했던 반면 장원삼은 야수들의 적절한 도움으로 다승왕 타이틀을 따낼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싶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올 시즌을 끝으로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 류현진은 이미 수년전부터 메이저리그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지만 과연 현실적으로 한화가 류현진을 놓아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화는 올해 최하위에 그쳤다. 올해만이 아니고 최근 4년 사이 3번째 최하위다. 그런 최약팀에서 팀을 대표하는 류현진을 놓아줄 리 만무하다. 구단에서는 류현진의 포스팅 시스템에 대해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포스팅 불가'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이유는 팀 전력과 인기에 있어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에이스이고 또 하나는 한화가 당장 '돈'이 급한 팀이 아니라는 점이다.

류현진도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고집만을 내세울 생각은 아니지만 류현진의 의지가 더욱 확고해지고, 여론이 강하게 움직인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한화가 류현진을 놓아줄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은 떨어지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그것은 류현진의 의지만도, 그리고 팬심만도 아닐 것이다. 한화의 마지막 경기에서, 그리고 시즌 내내 류현진의 등판 때마다 보여준 최악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한화가 류현진을 잡아둘 명분이 없다. 올 한해 많은 민심을 잃은 한화가 한 번에 이미지를 만회할 수 있는 건 대승적인 결정이 과연 류현진을 잡아 성적을 내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 야구를 생각하는 것일까?

한화가 구단주의 마음이 아닌 팬심을 읽기 바라면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 흥국생명의 김연경(24) 사태를 돌아보고자 한다. 지난 올림픽에서 세계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면서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성적으로 올려준 김연경 선수가 소속사인 흥국생명과 자유계약 신분을 놓고 지난 4개월 동안 팽팽히 맞서는 동안 배구협회는 무책임하게 수수방관하다가 국제배구연맹(FIVB)의 손에 결정을 맡기는 부끄러운 일이 있었다.

김연경은 7월 초 흥국생명에서 임의탈퇴 선수로 묶인 이상 국내에서는 뛸 수 없지만 해외 무대에서는 자유계약선수나 다름없다며 페네르바체와 맺은 2년 계약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흥국생명은 국내 프로리그에서 4시즌밖에 뛰지 않아 FA 자격(6시즌)을 취득하지 못한 김연경은 엄연히 흥국생명 소속 선수이고 임대 선수 신분으로 해외에서 뛰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양 측과 책임지기를 회피한 대한배구협회의 중재 하에 이상한 합의서를 작성하여 FIVB에 의뢰하자, FIVB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4일까지 2주간 마지막 협상 기간을 주겠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양 측의 의견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FIVB가 재협상을 권고한 4일까지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FIVB에 ▶FIVB의 요망대로 조용한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 ▶페네르바체의 FIVB 규정 위반(45조 4-2항, 45조 8-1항) ▶김연경의 이중계약 ▶이적관련 문서 조작 기사 관련 사항 등 네 가지를 주장하기로 했으나, 흥국생명의 주장에는 사실과 다른 점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첫째 페네르바체의 FIVB 규정 위반이 없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지난 24일 진행된 프리시즌 토너먼트에서 아제랄 바쿠(아제르바이잔), 드레스덴 SC(독일)와의 경기에 출전한 것에 대해, FIVB 규정 45조 8-1항( ITC가 없이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1년 동안 모든 국제경기로부터 제외된다)의 규정 위반을 내세웠다.

하지만 페네르바체에 확인한 결과, 프리시즌 중 비공식 연습경기를 뛴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김연경은 전혀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ITC의 효력은 13일부터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2012년 여자클럽월드챔피언십부터 발생한다.

둘째, 45조 4-2항(선수의 자격에 대한 원소속 구단과 협회에 사전 선수 신분 조회) 위반에 대한 주장은 이미 FIVB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던 부분인데 흥국생명은 이를 물고 늘어지는 우를 범하고 있다. 지난달 총회 때 FIVB가 흥국생명-김연경간 계약서를 요구했는데 양측의 계약은 이미 6월 30일 이후 종료됐기 때문에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셋째, 흥국생명이 제기한 김연경의 이중계약 의혹도 착각으로 밝혀졌다. 흥국생명은 6월 말 표준계약서 만료일이 공휴일이면 민법 161조에 의거 7월 2일까지 효력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페네르바체가 비밀리에 입국해 김연경과 7월 1일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연경의 계약은 7월 6일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

페네르바체의 사무국장급 직원인 바이올렛 코스탄다 두카가 7월 5일 한국에 입국한 항공편 문서가 스포츠조선에 의해 단독 입수됐고, 그 바이올렛이라는 사람이 6일 충북 진천에 위치한 한 휴게소 음식점에서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계약서에는 7월 1일로 적혀 있는 부분에 대해서 페네르바체는 배구계 관행상 7월 1일로 기재했다고 밝히고 있다. 선수가 7월을 넘겨 계약을 하더라도 계약서에는 무조건 7월 1일로 기재한다.

넷째, 지난 2주간 흥국생명은 터키 페네르바체와 직접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공문서 조작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흥국생명은 구단과 배구협회, 김연경 등 3자가 모여 합의한 '김연경의 해외진출 합의서'를 페네르바체 구단에 보내는 과정에서 제목을 '배구협회의 결정안'으로 교묘히 바꾸는 꼼수를 부리다 들통 나 비난을 자초했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문서 위조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공개된 기자회견 자료로 페네르바체와 구단 담당자간에 개인 이메일 자료 제공 과정에서 생긴 번역상의 실수이며 이점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미 FIVB 측은 FA 자격(6시즌)과 흥국생명이 해외구단에 김연경 선수를 임대한 기간과 관련하여 계약기간이 6년이 아닌 1년 단위로 하면서도 FA자격을 6년으로 하는 것에도 의문을 제기한 바 있으며, 임대선수에 대한 권리가 흥국생명에 있음에도 FA자격에서 제외시켜야 하는 것인지도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해보건대 흥국생명이 부당하게 선수의 권리를 제한한 채 불평등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떠나버린 김연경 선수와 떠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류현진 선수에 대해 소속 구단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흥국생명이 김연경 선수를 통해, 한화가 류현진 선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프로구단으로서의 고수입인지, 팀 성적인지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며 거기에 추가하여 기업이미지 제고 측면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선수의 역량과 노력에 상응하는 대우와 지원을 했는지, 하고 있는지, 앞으로 할 수 있을 것인지, 팀과 선수들의 장래에 대한 진정성 있는 검토를 할 것을 팬심은 주문하고 있으며, 그것이 아니라고 판단될 때 팬심도 떠날 것이며, 자칫 기업 이미지만 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미 밀물이 밀려들면서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위기에 빠진 흥국생명과 달리 한화에게는 아직 밀물 때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 아닐까 팬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해본다.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최용일 solbeeya@daum.net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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