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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대문(現代文)을 읽지 않는 이유

기사승인 2020.06.22  13: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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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커뮤니티
[김성춘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 내가 위에서 현대문이라 했지만 현대시를 포함하여 수필. 희곡, 칼럼 등 문학의 모든 쟝르를 말한 것이고, 현대문이란 뜻도 문학사에서 말하는 현대문이 아니라 1970년을 기준으로 하여 그 후에 나오거나 지어진 모든 글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 나는 왜 현대문을 읽지 않을까? 훌륭한 작품에 주는 상을 탄 작품도 많고, 그 훌륭한 작품을 쓴 시인. 소설가. 수필가 등도 수두룩한데도 말이다.

그것은 멀리는 중국 동진이라는 나라에서 사영운이라는 시인의 「천하에 글재주가 한 가마니가 있는데, 여덟 말은 조식(조조의 3남)이 차지하고. 한 말은 사영운 내가 갖고 나머지 한 말을 가지고 천하의 문사들이 나눠 가지려 다투고 있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사영운 이후 그나마 한 말(斗) 있던 글마저 사람들이 이 잡듯이 뒤지고 박박 긁고, 샅샅이 뒤져서 다 가져가 이제는 텅 빈 곳간만 남아있는 것이다.

서양 쪽도 사정이 똑같아 호메로스가 좋은 글을 다 가져가고 그 뒤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가 남아있던 것을 쓰고 그 다음에 섹스피어가 이삭줍기를 했던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옛사람들의 작품을 탈탈 털어먹고 우려먹고 짜먹고 핥아먹고 하면서도 그것이 부스러기이고 찌꺼기인지도 모른 체 만족하고 뽐낸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좋은 구절이나 좋은 표현들은 이전 사람들이 죄다 찾아내서 써버렸는데도 잔재를 가지고 지금 사람들은 행세깨나 하고 있다.

좋다는 글이나 시를 읽다보면 언제 읽은 것 같고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 것은 순수한 독창물은 불가능하더라도 지금 사람들이 앞선 사람의 작품들을 조금 비틀었거나 많이 비틀었느냐의 차이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니 지금 글들에 감동이 없고 식상하고 진부함을 느끼고. 미지의 세계나 오지를 탐험하는 느낌도 없는 것이다. 벌써 오래전에 옛사람들이 글의 정수와 정화를 다 가져갔는데 절창이나 절구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사람들은 말단에 기꺼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까이는 시와 글이 사마천의 발분저서설이나 한유의 불평불명설. 또는 구양수의 「시는 곤궁한 후에 좋아진다.」는 말을 따르지 않더라도 간절한 마음으로 짓고 진실한 감정으로 써야 하는데 지금 사람들에게 그것이 부재하거나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고독 속에서 진주 같은 시가 토해지고 고난 속에서 알토란같은 글이 나오는데, 고뇌가 없이 편안함 속에서 글을 쓰려하니 신변잡기류의 글을 쓸 수밖에 없고 그런 글들만이 성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글이 매명(賣名)의 수단이 되고, 지식의 과시이며, 값싼 귀족취미로 전락한지 오래되었고, 정치적 영달의 통로에다 상업적이지 않으면 이덕무도 묻혀야 한다. 문인들의 카르텔은 정치판 이상으로 강고하여 누구누구의 제자. 누구누구파, 어느 지역과 연관되지 않으면 홍명희도 왕따 된다. 요즘 글에 생명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역시 고문(古文)이고 고전(古典)일 수밖에 없다. 고문은 수백년 수천년에 걸쳐 사람들에 의해 검증되었다. 요즘 글들에는 영혼이 안보이고 정신이 안보이지만 이 옛날 사람들의 글에는 영혼이 서려있고 정신이 담겨있고 향기가 그윽하다.

굳이 옛사람들의 문이재도(文以載道) 즉 글은 사상을 담아야 한다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거기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데도, 지금 사람들이나 지금 사람들의 글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과연 두보의 시 동곡칠가(同谷七歌)를 지을 수 있는가.
지금 사람들이 과연 단테의 신곡(神曲)을 쓸 수 있을까.
지금 사람들이 과연 신라사람같이 제망매가나 원왕생가을 부를 수 있을까.

내가 현대문의 하한선으로 잡은 글은 이병주의 「지리산」이고 사람은 연시조「백자부」의 김상옥이다.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김성춘 kimmaeul@hanmail.net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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