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으로 추진됐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동남권신공항 평가위원장인 서울대 박창호 교수는 30일 국토해양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지 최종 후보지였던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모두 절대점수에 미치지 못해 공항입지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동남권 신공항은 2006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 기업인들의 건의를 받고 검토를 지시하면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재미 본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 지지율저하로 힘들 때 본향(本鄕)에서 신공항건설 약속으로 재미를 좀 보려는 의도였다.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2007년 8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한 이후 가덕도를 내세우는 부산과 밀양을 미는 대구 · 경북,울산 간 뜨거운 유치전이 벌어졌다.
정치권이 싸움에 가세하면서 심각한 지역갈등 양상을 보였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될 경우 정부는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장, 영남권의 공항 이용 수요를 충족하는 대안 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공항 추진을 백지화했다고 이명박 대통령의 탓만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다.
대통령 선거기간동안에는 표를 얻기 위해 수많은 공약(公約)을 국민들에게 약속한다. 선거가 끝나면 여기저기서 대선 공약인데 왜 추진하지 않느냐, 한편으로는 공약이지만 당선되었으니 추진하지 말라고 아우성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철저한 타당성 검토를 통해 ‘꼭 해야 할 일, 수정해서 해야 할 일, 포기해야 할 일’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전임 대통령의 추진사업도 검토해야 한다.
국가 미래를 위해 타당한 사업이었는지, 과도한 국가예산이 소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그 일은 국민이 새로운 대통령에게 위임한 업무이다.
미국의 대통령도 후보시절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50%정도만 이행한다. 되레 그게 정상적이다. 국민들에게 한 모든 약속을 지키다가는 국가가 부도 난다. 재검토하여 시행되는 공약을 되레 국민들은 당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미국 대통령의 공약 중 대표적인 포기사례가 ‘주한미군 철수’였다. 미국의 제38대 대통령 카터 대통령은 76년 선거에서 1982년까지 3단계에 걸쳐 주한미군을 철수하기로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주한미군사령부와 정보기관·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주한미군은 완전철수 대신 6,000명을 감축하는 데 그쳤다.
노태우 대통령도 후보시절 국민들에게 ‘중간평가’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올림픽이 끝나고 국민들에게 재임 중 재평가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공약이었다.
국민을 위한 철저한 공약(公約)준수는 국론분열이 일어나 국가 에너지의 과다한 소모로 국민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이었다. 결국 노태우 대통령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것으로 국민들은 양해했다.
대통령의 큰 책무는 국가사업의 타당성 분석이다. 본인의 약속은 물론 전임 대통령의 약속도 면밀히 따져 평가할 의무가 있다. 즉 국익을 위해 잘잘못을 따져 국가미래의 짊이 안 되게 하는 일이다.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나약하게 왜 밀어 붙이지 않았는냐, 국가 지도자로서의 리더십 부재”라고 비판하기보다는 국가미래를 고뇌의 결단이었다고 이번만큼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전임 대통령의 잘못된 공약인 국가분할의 상징인 행정도시 세종시 건설을 국익발생의 상징인 과학비지니스도시로 수정하려다 실패했다.
만약 세종시를 과학비지니스도시로 수정하여 추진했다면 우리는 과학벨트니 뭐니하면서 국론분열이 일어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는 것은 무조건 미우니까 반대하다보니 과학벨트 문제도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를 떠나 이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했던 세종시 수정안을 동의해 주었다면 국민 모두가 만족하는 지혜로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본다.
세종시 수정안을 NO라고 해 놓고 왜 과학도시는 만들지 않느냐고 난리치는 정치인들 그렇다면 어디나 얼마의 예산으로 어떻게는 생각해 보지는 않았냐고 묻고 싶다.
과학도시, 대통령의 공약인데 왜 추진하지 않냐고 비판하는 정치인들, 왜 대표적인 공약인 ‘한반도대운하’는 추진하지 않냐고 대통령에게 야단치라고 묻고 싶다.
국책사업은 20-30년 후를 내다보는 사업이다. 지금 시점에서 역사교과서에 수록되는 일이 아니라 먼 훗날에 우리의 자손들이 평가할 일이다.
이 대통령의 지지여부를 떠나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선조로 남지 않으려면 신공항 백지화를 통해 우리는 다시 출발해야 한다.
한때 지지율 50% 이상 기록됐던 ‘한반도 대운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세종시 원안’, 100년을 먹여 살릴 성장동력인 ‘과학벨트’, 20-30년 후 경소단박(輕小短薄)의 물류중심지가 될 ‘신공항’ 다시 힘찬 고뇌를 하자.
1년이면 어떻고 3년이면 어떤가. 결정된 일도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포기한 일도 좋은 일은 없는지 용광로에 다시 집어 제련(製鍊)을 해보자.
푸른한국닷컴, BLUEKOREADOT
전영준 news@bluekoread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