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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속 보이는 삼국지 게임 언급

기사승인 2024.06.28  00: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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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진@한동훈 페이스북
시큰둥한 반응의 삼국지 게임 ‘맹획’ 언급
 
[김진영 푸른한국닷컴 칼럼니스트] 지난 25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미래세대위원회 오찬에서 게임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주로 6급 이하 보좌진인데 연령대는 대다수가 2~30대로 타 연령대에 비해 컴퓨터 게임에 상대적으로 익숙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이 사실은 이틀이 지난 27일에 퍼진 것이다. 보통 행사 직후나 행사 도중에 내용이 알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틀 뒤에 기사로 나온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다.
 
한동훈 후보는 오찬에서 스타크래프트, 삼국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등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기며, 삼국지 게임에서는 남만의 맹획을 주로 선택해서 플레이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사와 관련해 뉴스 댓글에는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한동훈을 지지한다는 내용만 배스트 댓글에 있었다. 이는 게임과 친숙하지 않은 50대 중반 이후로 추측할 수 있다.
 
반면에 삼국지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남만의 맹획보다 교주(현재 베트남 북부)의 사섭이나 오군(현재 중국 장쑤성 쑤저우)의 엄백호가 더 어려운 난이도라면서 맹획으로 플레이한 게 뭐가 대단한 거냐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정치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청년들한테 어필하려는 것 같은데 속보이거나 삼국지는 90년대에 나온 현재는 비주류 게임이라서 어설프다는 식의 조롱성 반응이었다. 현재 정치상황과 빗대어 동탁(윤석열)과 여포(한동훈)의 관계로 자기가 직접 이뤄낸 게 뭐냐는 지적도 있었다.
 
게임을 어설프게 현실에 대입하면 위험하다.
 
언론에서는 한동훈 후보가 현재 세력이 약한 비주류로써 천하통일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간접적으로 밝혔다는 보도가 많다. 분석대로 이걸 의도하여 발언했다면 단편적 수준의 전략이다.
 
우선 삼국지라는 게임은 주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즐기는 멀티 플레이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이 아니다. 컴퓨터 AI와 상대하여 혼자 즐기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다.
 
멀티 플레이 게임에서 잘하면 수많은 사람이 환호하고 심지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도 갖지만, 혼자 하는 게임을 잘한다고 파급은 그리 크지 않다. 사람을 상대하는 게 아닌 패턴이 있는 AI를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여러 사람과의 관계로 이어지는 것인데 혼자 하는 게임을 잘한다는 게 무슨 자랑인지 모르겠다.
 
맹획이라는 인물은 촉한의 제갈량에게 7번 잡히고 7번 풀려난 사람이다. 결국 7번 만에 제갈량에게 항복하여 오히려 관직까지 받았다. 이런 것을 보고 비주류로써 승리하겠다는 생각도 있겠지만, 결국 촉한에 항복한 맹획처럼 채 상병 특검안을 내놓아서 야당에 저자세로 나갈 우려가 연상되었다.
 
사실 한동훈은 삼국지를 정치에 제대로 대입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한동훈이 즐겨 쓰는 군주 맹획으로 천하통일을 하려면 가까운 촉한부터 멸망시키고 조조나 손권 등을 상대해야 한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다.
 
그런데 지난 총선 당시 한동훈은 비대위원장으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지속적인 공격에 반박이나 언급 한 번 하지 않고 멀리 있는 민주당을 비판했다. 맹획으로 앞에 있는 촉한의 유비가 아니라 위나라 조조한테 시비를 건 격이다. 그러면 세력 확장을 할 수가 없는데 결국 지난 총선 때 외연 확장은 엉망이 되어 패배했다.
 
게임 못해도 게임 유저들과 친숙해질 수 있다.
 
과거 이명박은 서울시장 시절 프로게이머와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했는데 상대 프로게이머가 5분 만에 끝내버렸다. 대통령이 된 이후로는 임요환 선수를 초대하는 등의 게임 팬들에게 친화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제 대회인 롤드컵 결승전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고척돔에서 시청했다. 이후 연말에 인기 프로팀인 SKT T1의 팬 미팅 콘서트에 직접 참석하여 축하 인사를 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유튜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게임 플레이를 보면 초보자 모드를 즐기고 있지만 누구 하나 거기다가 조롱하지 않는다. 잘하지 못한다고 게임 팬들이 멀리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를 언급하고 그게 기사화되었을 때 오해받을 행동을 하게 되면 도리어 안 하느니 못한 결과를 낳는다. 그냥 좋아하는 게임을 나열하는 정도로 끝냈으면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한동훈은 너무 나갔다.
 
3루에서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라.
 
얼마 전 레알 마드리드에서 챔피언스 리그를 두 시즌 만에 우승한 안첼로티는 유명 팀들에서 감독을 많이 했던 명장이다. 좋은 멤버와 좋은 팀에서 감독을 하니까 우승을 많이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좋은 팀이 아니면 우승할 수 없고 좋은 팀이라도 우승 못 하는 경우도 많다.
 
한동훈은 현실에서는 조조, 사마의 같은 삶이 편하다고 말했다. 정말 조조나 사마의의 삶이 편했을까? 7번 반란 일으키고도 목숨 건지고 관직을 얻은 맹획의 삶이 더 편하지 않았을까?
 
자신보다 병력이 2배나 많았던 군주 원소와의 관도대전을 치루고, 살아생전 여러 정적들의 암살 기도나 내부 반란을 겪었던 조조가 편한 삶일까? 조조의 후손들에 지속적으로 감시를 당하다가 끝끝내 위나라를 멸망한 삼국지 최후의 승자인 진나라를 일으켰던 사마의의 삶은 편한 것이었나?
 
정치나 스포츠는 낭만만 있는 게 아니다. 남는 건 커리어다. 자신이 홈과 가까운 3루에서 태어난 것을 콤플렉스로 여기지 말라. 그저 가까운 홈베이스에 달려서 득점만 하면 된다.
 
저번 총선 때처럼 원탑 전략 같은 거 하지 말고 큰물에서 놀려면 여러 사람과 같이 나아가야 한다. 지금은 90년대 혼자 하는 게임 삼국지가 주류가 아니라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발로란트 또는 오버워치처럼 5대5나 6대6 게임이 주류 게임이다. 내가 잘하는 판도 있지만 내가 부진했을 때 팀 동료에 의지할 수도 있는 게임들이다.
 
내가 잘한다는 자랑과 어필보다 모두가 들어줄 만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노력하는 게 큰 정치인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푸른한국닷컴, BLUKOREADOT

김진영 wwwawwwa3000@hanmail.net

<저작권자 © 푸른한국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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